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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실상사 ■ 개요

백장암 실상사는 신라 흥덕왕 3년(828)에 홍척국사가 개창한 최초의 선종 가람이다.

창건 초에는 지실사(知實寺)였으나 구산선문이 분파 대립되던 시기에 하나의 종파 이름으로

서진암 산문의 개산조 홍척의 존칭인 '실상선정국사'의 앞머리를 따서 고려 초부터 실상사로 부르게 되었다.

홍척국사 당시 실상사는 지금의 백장암 터에서 시작되었고, 대중들이 많아지자 제2조사인 수철화상이

약수암 지금의 실상사 자리로 옮겼다는 설이 전해 온다.

개산조인 홍척국사의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으나 가지산문의 시조 도의선사가 서당 지장선사로부터

황산대첩비 법을 전수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법통을 이어 받았다.

그는 도의선사보다 5년 늦은 826년(흥덕왕 원년)에 귀국하여 남악(南岳)이라 일컫는 지리산 영산의

만인의총 자락에 들어와 실상산문을 개창하였다.

입 구 방 생

세인들은 홍척국사와 도의국사를 가리켜 '북산의 도의 남악의 홍척'이라 하였다.
최치원이 지은 경북 문경 봉암사의 지증대사적조탑비에는 "선사가 당에 가서 법을 구해온 것은

원적도의보다 뒤지지만 절을 짓고 문파를 이룬 것은 구산선문중 가장 먼저"라고 전하고 있다.
이것은 실상사가 구산선문 최초의 가람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기록이다. 이와 같이 실상사

청건을 계기로 당나라에 유학한 선승들이 귀국 후 선문을 여는 선례가 되었던 만큼 실상사는 한국불교

선종사에 있어서 중요한 역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내용

우리나라 최초의 선종 가람인 실상사는 지리산 주능선에서 뻗어 내려온 너른 평지에 자리잡고 있어

색다른 산사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불국사 석가탑 상륜부 복원의 모본이 되었던 통일신라 시대의 삼층석탑이

동서로 서 있다. 또 보광전을 지나 약사전 철조여래좌상 앞에 이르게 되면 저절로 머리 숙여지는 오랜

신앙의 뿌리를 경험하게 된다. 스님들이 머무는 요사채에서 흘러나오는 화엄경 읽는 소리를 따라 걸으면

주인을 잃어버린 거북 모양의 탑비를 만나게 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어렴풋이 '응료탑비'라는 글자가

보인다. 바로 실상사가 한국불교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만나는 순간이다. 왜냐하면 '응료'는 최초 선종가람의

개산조(開山祖)인 홍척국사의 탑 이름이기 때문이다.
홍척국사는 가지산문의 개산조 도의선사와 함께 당나라 마조 도일선사의 제자인 서당 지장선사로부터

정통선맥을 이어 받았다. 홍척국사의 가르침은 민족의 어둠을 밝혀주는 사상적 정신적 등불로 실상사

창건의 근본이 되었다. 또한 '실상사가 잘 되어야 나라가 부흥하고 일본을 제압하게 된다'는 도선국사의

비기에 의하여 실상사를 지었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그 후 홍척국사의 법통을 이어 받은

수철대사는 의광, 흠광선사에게 법을 전하였는데, 신라말 고려초의 실상사는 이들 제자들에 의해

크게 번창했다.

돌장승 삼층석탑 홍척국사

실상사 산내에는 백장암, 약수암, 서진암 등의 암자가 있는데 산사의 담박하고 옛스런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렇듯 실상사는 신라 구산선문의 하나로 역사가 가장 오랜 선종 사원이다. 현재는 사원의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옛날에는 크고 웅장한 건물들이 수십 동이나 즐비하게 자리잡았던 큰 절이었다. 이 점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수많은 불교 문화재들을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